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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희망을 잇는 수술 혈관외과 권준교 교수

가느다란 희망을 잇는 수술 - 혈관외과 권준교 교수

 

이비인후과의 연락을 받은 권준교 교수는 지체 없이 수술실로 향했다. 그의 수술 10건 중 1건은 타과에서 요청하는 응급 수술이다. 주어진 시간 안에 막히거나 터진 혈관을 고치지 못하면 환자는 계획된 수술을 받기 어렵다. 갑자기 출혈이 발생해 수술 시야가 가려지거나 조직이 봉합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두가 숨죽인 수술실. 권 교수는 압박을 이겨내며 가느다란 희망을 이어갔다.

 

현장에서 만나는 보람

강릉의 시골 마을에서 자란 권준교 교수의 진학 목표는 줄곧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였다. 방과 후에 접할 경험은 부모님의 농사일이 전부여서 으레 품은 꿈이었다. 친구를 따라 장애 시설에 봉사를 나가면서 새로운 꿈이 생겼다.

 

“돈과 재미는 물론이고 누군가를 돕는 보람도 있는 일을 찾고 싶었어요. 그게 저한테는 의사였죠. 운 좋게 의대에 합격하고 금방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운은 여기까지다. 의사가 되려면 진짜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구나!’”

본과 2학년 때 서브 인턴으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에서 2주를 보냈다. 항상 일손이 부족하고 분초를 다투는 곳이었다. 퇴근도 없이 당직실에서 숙식하며 생생한 외과 현장을 경험했다. 모든 과정을 마치며 외과 쪽은 다시는 쳐다보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래서 인턴 때 재활의학과를 지망했지만 결국 레지던트 지원서에 적은 건 외과였다.

 

“재활의학과에 있으니 환자들의 빠른 변화를 보고 싶어졌어요. 외과 체질인 거죠. 그때부터 제 생활 반경은 늘 병원 근처입니다. 주말에 아이들과 캠핑하러 갔다가 응급 수술 연락을 받고 혼자 돌아온 적도 있어요. 삶의 질을 따지면 아쉬움이 크지만 의사를 꿈꾸던 때의 기대는 모두 채워졌습니다. 일단 손으로 뭔가 하는 걸 좋아하는 데다가 다른 과에서 저를 필요로 하고 또 무사히 해결했을 때의 보람도 큽니다. 무엇보다 간단한 도움에도 시집 한 권, 직접 짠 들기름 등을 주고 싶어하는 환자분들이 제 일의 의미를 더해 주세요.”

 

외로운 길을 동행하면서

대동맥 수술을 하는 동안 주변 혈관을 모두 실로 묶는다. 장은 일정 시간 안에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면 금세 썩기 시작한다. 신장의 경우 20분 안에 수술을 마쳐야 안전하다. 권 교수는 극도로 날카로워지는 감각을 침착하고 대범하게 제어해 나간다.

 

“수술하는 순간에는 참 외로워요. 제 판단과 제 손에 모든 게 달려있으니까요. 어떤 돌발 변수도 수습할 수 있다는 여유와 자신감이 없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죠. 몇십 년간 같은 일을 반복한 끝에 장인이 탄생하듯이 외과 의사도 오랫동안 단련돼야 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크리스마스 날 밤이었다. 대동맥이 터진 환자가 지방에서 이송되었다. 급히 수술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환자 아들은 아버지를 잃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찾아와 인사했다.

 

“가는 병원마다 아버지를 수술하겠다고 나서는 의사가 없었는데 끝까지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환자들의 죽음을 종종 목도하면서 권 교수는 가급적 감정을 배제하려고 하지만 그때만큼은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동시에 수술의 성공 여부를 떠나 마지막 병원의 역할과 책임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버님은 마취 상태여서 고통 없이 눈 감으셨을 거예요.”

 

그의 이야기에 환자 아들은 안도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차가운 수술실에서 고통스럽게 보냈을까 봐 걱정하는 환자 가족에게 전하는 작은 위로였다.

권 교수는 대동맥류와 말초동맥, 동정맥루 수술을 주로 펼친다. 간혹 수술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환자들에게 “마취 주사가 들어갈 때 빼고는 안 아플 겁니다”라며 호언장담한다. 수술 중에도 부분 마취 중인 환자에게 계속 말을 건다. 그의 배려를 알아챈 환자들은 수술 후에 인사를 남긴다. “조금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근본적인 해결책

서른 살에 네팔에서 의료 봉사를 하며 보낸 3년은 또 다른 관점을 선물했다.

 

“사명감으로 가서 오지 마을에 병원을 짓고 치료했지만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그다음이 없다는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병원보다 위생적인 화장실이나 도시의 병원까지 닿을 수 있는 도로를 만드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인 것 같았죠. 지금도 눈앞의 수술에 집중하느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놓치는 건 아닌지 항상 생각해 봐요.”

그가 의학유전학을 계속 공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당뇨발로 인한 동맥경화수술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막힐 때마다 수술을 반복하는 과정은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혈관 벽의 RNA를 분석해서 질병이 왜 생기는지, 우리가 모르는 부분은 무엇인지 찾아내고 싶어요. 예방약의 단초가 될 수 있게요.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뜻이 향하면 길은 어디로든 닿더라고요.”

권준교님의 목록 이미지입니다.

권준교

의사
진료과 혈관외과,대동맥질환센터,말초혈관질환센터,심장병원
전문분야 말초동맥, 복부 대동맥류,정맥질환,혈액투석을 위한 동정맥루,하지정맥류,경동맥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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